40대 시사 비평 블로거 ‘진인 조은산’이 정의가 사라진 대한민국의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진인 조은산’은 7일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 ‘塵人(진인) 조은산의 기록’에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장문을 공개했다.
1800자가 넘는 이 글로 지난 한 해 동안 ‘정의’라는 이름을 내걸고 쏟아진 수 많은 메시지 중 ‘과연 진리는 무엇이었는가’에 관해 물음을 던졌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정의는 어느 세상의 것인가” “법무부 장관의 정의는 어디에 머물렀는가”라고 반문하며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향한 날 선 시각을 보였다.
아래는 ‘정의란 무엇인가’ 전문.
작년 한 해, 수천만의 정의가 휘날렸다.
청와대의 대통령에게서,
법무부장관에게서, 유력 정치인들에게서,
국회에서, 언론에서, 지식인에게서,
칼럼니스트에게서, 유튜브에서, 포털사이트에서,
그 안에 댓글들에서, 그리고 나에게서도,
그들과 내가 쏟아낸 수천만 개의 정의를
전 국민에게 하나씩만 건넸어도 이 땅 위에
살아 숨 쉬는 모든 존재들은 각자 하나씩의
정의를 나눠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흔해 빠진 정의에 물 들었고 빈털터리 정의에 빠져들었다.
이 미치도록 정의로운 땅 위에 빌붙으며 나는,
때론 그것이 어느 세상의 정의인가 되묻고 싶었다.
죽고 죽이는 세상에서, 익숙한, 이미 오래된,
살인, 강도 살인, 강간 살인, 폭행 치사, 학대 치사와
같은 서늘한 용어들에서 비롯된,
삿된 말과 짧은 글로써 전해지는 타인의 무감각한 죽음들,
나와 내 가족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이기적 안도,
사람을 죽인 자가 죽임을 당한 자의 무덤을
밟고 올라 인권을 외치는 모순 덩어리 세상에서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과 딸, 영아와 유아의 무수한 죽음들,
이 모든 죽음들을 향해 분노하는 너와 나의 낮은 세상에서
우리가 그토록 지겹게 들어왔던 정의는 대체 무엇이었는가.
힘 없이 나는 묻는다.
정의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공유의 대상인가 소유의 대상인가.
대통령의 정의는 어느 세상의 것인가.
청와대 본관의 푸른 기왓장, 그 끄트머리에서
잠시 머물다 간 옛 벗들의 사상적,이념적 정의였나.
아니면, 제한적 적폐를 향한 총체적 적폐의 자위적 정의였나.
법무부 장관의 정의는 어디에 머물렀는가.
그녀가 빌려 읊어댄 어느 시인의 부처님 세상 속,
눈물 나도록 아름다웠던 조각난 정의였나. 아니면
검찰총장을 향한 저주로 가득 찬,
법무부 청사 옥상 위의 위태로운 정의였나.
정치인들의 정의는 무엇인가.
공수처만 설립되면, 검찰총장의 권한만 빼앗을 수 있다면,
기득권 세력을 청산할 수만 있다면
저절로 돋아나는 잡초와 같은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죽고 죽이는 세상과 차별화된,
수십억 대의 매매가와 우아한 민도를 갖춘 부촌 지역
거주자로서의 과시적 정의인가.
그리고 내 스스로에게 묻는다.
딸아이의 기저귀를 갈며, 왜 나는
내 아이의 포실한 허벅지만 살폈는가.
딸아이와 눈을 맞추며, 왜 나는
내 아이의 성한 눈 주변만 살폈는가.
공동체의 일원으로써 그게 최선이었나.
정의는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해,
가장 높은 곳까지 닿는 것이다.
반대로 시작한 수천만의 정의는 결국
단 하나도 이 땅 위에 내려앉지 못했다.
멀리 달아나면서도, 바람결에 휩쓸리면서도,
저들끼리 부딪혀 바스러지면서도, 그 작은 조각 하나
내려앉지 못해 그 작은 아이가 바스러졌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눈이 내렸다.
수천만의 눈송이가 내렸다.
수천만의 눈은 고스란히 쌓였고 나의 아들, 딸들은
늦은 밤 썰매 위에 앉아 환호했다.
만일, 그 아이가 살아남아 지척에 살아 있었다면
내 아이들과 함께 눈사람을 만들고 겨우 헤어졌을 것이다.
만일, 단 하나의 눈송이를 허락해야 한다면
나는 이 땅에 닿지 못한 그 하나의 정의를 대신해
어느 작고 가벼운 16개월의 아이에게 바치고 싶다.
마지막으로 나의 이웃들에게 구한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어느 고고한 하버드대 교수에게 구할 것이 아니다.
이제서야 악다구니 쓰며 달려드는 정치인들에게서
구할 것도 아니다.
살아 나부끼는 우리가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현실이 믿겨지지 않는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나는 결국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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