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를 향한 비판 글 ‘시무 7조’로 주목받은 블로거 ‘진인 조은산’이 오랜만에 근황을 공개했다.
‘진인 조은산’은 20일 네이버 블로그 ‘진인 조은산의 기록’에 ‘근황을 전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8월 중순을 마지막으로 활동을 쉰 지 약 한 달 만이다.
글을 통해 그동안 책 출간을 준비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고 현재는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글을 기다려온 독자들에게 안부 인사를 건넸다.
아래는 ‘근황을 전합니다’ 전문.
출간이 끝나고, 그 달 기고문을 마치고 나니 엄청난 후유증이 찾아왔습니다. 말문이 막힐 만큼의 문자 공포증에 시달린 거죠. 이게 바로 번아웃 증후군인가요.
며칠 동안 세상만사 다 제쳐두고 가족을 위해 시간을 썼습니다. 아이들과 채집통을 들고 잠자리도 잡고 가까운 갯벌에 나가 소라와 게도 잡았습니다. 그 작은 소라와 게를 집에 가져가 구워 먹자는 아들놈을 설득하느라 애먹었네요. 소라와 게도 엄마 아빠가 있다는 저의 말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아들을 보니 그래도 아이는 아이인가 봅니다.
둘째 딸아이는 수다를 떨고 싶긴 한데 아는 말이 몇 개 없으니 같은 말만 계속해서 반복하는 중입니다. 고장 난 시디플레이어에서 나오는 구간반복 음성을 듣는 것 같아요. 대부분 간식을 요구하는 명령이거나 제 오빠에게 빼앗긴 장난감에 대한 한탄입니다. 언제쯤 딸아이를 앞에 앉혀두고 진솔한 인생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이제 쓰는 일에서 벗어난 저는 읽는 일을 해보려 책을 몇 권 주문했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읽어보려 노력하지만 쓰려 하는 버릇이 아직 남아 있어서 그런지 어색합니다. 그래도 저자에서 다시 돌아온 독자의 자리가 이렇게 편안하고 즐거울 줄은 몰랐네요. 아, 그냥 평생 읽으면서 살 수 있다면.
사회비평 분야 도서를 고를 때 저는 저자의 정치적 성향보다는 진보건 보수건 현 상황을 왜곡 없이 객관적으로 잘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먼저 봅니다. 그리고 비평의 질도 품격이 있어야겠죠. 그렇게 간단한 검색으로 인물을 판단하고 책을 주문하는데 이번 책의 저자는 강준만 교수님이네요. 뭐, 말 다 했습니다.
워낙에 유명하신 분이니 이미 읽어보신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혹시 안 읽어본 분이 계시다면 저와 진도를 맞춰 같이 읽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찾아올 때마다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활동 방향, 생계 문제 등 많은 생각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사실 출간 준비를 하는 동안 일을 잠시 쉬었습니다. 가끔 달리는 댓글들 중 이런 댓글이 눈에 띄더군요. 조은산이 책도 내고 출세해서 좋겠다고ㅎㅎ
출세라니. 필명에 불과한 이름 세상살이 더 나아진 것도 없고 오히려 금전적으로 큰 손해를 봤습니다. 그래서 제가 염두에 두는 것은 현실입니다. 누구나 그렇듯,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이웃님들과 이곳에서 만나뵌 지 어느덧 1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글을 보니 부끄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한 마디 말을 위해 천 마디의 말을 버리고, 한 줄의 글을 위해 백 줄의 글을 깎아내야 한다는 어느 분의 말씀이 떠올라서요. 보잘 것없는 글에 분에 넘치는 것들을 담아내려 애쓴 흔적들이 곳곳에 보이네요. 문득 나는 무엇을 버리지 못했나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오늘, 아들놈이 블럭으로 이런 작품을 만들었어요. 이게 뭐냐 물었더니 브라키오사우루스라고 합니다. 멋있네 우리 아들. 이라 답해주고 잠시 바라보는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최소한의 블럭으로 모든 공룡의 특징을 담아낸 듯 한 단순화의 극치에 제가 오히려 가르침을 얻은 기분입니다.
허구와 과장, 미화에 익숙한 어른의 뒤통수를 때리는 듯하네요. 저도 이렇게 단순하게, 어렵지 않게 살고 쓰고 싶습니다.
이제 추석입니다! 가을 기억이 되돌아와 제가 좋아하던 추석인데, 작년과 올해에 걸쳐 나라가 하도 시끄러워서인지 이젠 추석의 '추'자만 봐도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생각해 보면 그 시간을 이겨낸 게 대단했던 건, 어느 정치인 뿐만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결국 이렇게 저렇게 됐고 또한 이렇게 저렇게 흘러갈 일들입니다.
어딜 가 계시건 항상 건강 챙기시구요!
다시 인사드릴 그날이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그때는 모든 게 명료하고 익숙해져 있길 바랍니다. 당분간 글은 생각나는 대로 쓰고 생각 없이 쉬고 그럴 작정입니다. 이웃님들이 저를 필요로 하는 만큼, 저도 제 자신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이해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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