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전문] 진인 조은산, 이준석 ‘너를 위해’ 가사 비유 연설에 “지지 철회”…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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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화 정치

[블로그 전문] 진인 조은산, 이준석 ‘너를 위해’ 가사 비유 연설에 “지지 철회”…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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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시사 비평 블로그 ‘진인 조은산’이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의 지지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진인 조은산’은 12일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 ‘진인 조은산의 기록’에 새 글 ‘이준석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세 가지 이유’를 올렸다.

4일 잠시 쉬겠다고 선언한 지 여드레 만에 비평글로 돌아왔다.

이번 새 글의 제목만 봐선 ‘진인 조은산’이 이준석 당대표에게 뭔가 실망해 지지를 철회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제목과 그의 의도가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글에서 드러난다.

아울러 ‘진인 조은산’은 이준석 당대표가 수락연설에서 가수 임재범 씨의 히트곡 ‘너를 위해’ 가사를 인용한 것을 두고도 화답했다.

아래는 ‘이준석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세 가지 이유’ 전문.


이준석 당선인의 수락연설문에 따르면, 그의 공존론은 한 그릇의 비빔밥으로 표현된다고 한다.

식감이 살아 날뛰는 상추, 각자 다르게 조리한 나물, 원형을 갖춘 계란 노른자 등이 각자의 개성을 가진 채 어우러졌을 때, 비빔밥은 더 먹음직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동의한다.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고 지켜주는 것이 진정한 통합이다. 어느 한 집단의 이념화, 획일화된 가치에 국민을 몰아넣고 사상적 동화를 강요한다면 가장 먼저 민생이 파탄나고 뒤이어 극심한 분열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경험함으로써 알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이준석이라는 양반이, ‘오천만의 백성은 오천만의 세상과 같다.’고 자못 거창하고 준엄하게 그 뜻을 전한 나완 다르게, 고작 한 그릇의 비빔밥으로 그 뜻을 명쾌하게, 또한 가시적으로 전달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노른자는 터트리지 말아야 한다니..

이것은 글을 쓰는 나로선 치욕스러운 일이다. 이제 나는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한다. 비빔면 하나를 끓여 먹고 상념에 젖어든 나는 결국 쓰던 글을 멈추고 만다. 그리고 이 자가 미워지기 시작한다. 그게 첫 번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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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준석 당선인은 이 연설문을 통해 공존의 가치를 밝힘과 동시에 20대 대학생, 경력단절 여성, 청년층과 장년층을 고루 언급함으로써 30대 당 대표 체제 하에 예견되는 당내 반목, 지지층의 세대간 갈등 문제를 불식시키려는 듯 포용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매우 훌륭하다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준석 당선인은 아직도 4.7재보궐 선거의 단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제 막 이대남의 마음을 얻게 된 보수 진영은 3040의 표심마저 얻어내야 정권 교체를 향한 일말의 가능성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정권 교체를 이룬 후에야 이대남을 위한 정책 또한 마음껏 펼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 자는 담배 한 대 피우러 가면서도 마누라한테 담배 피우러 간다고 말도 못 하고, 재활용 플라스틱 몇 개 주워 담아 ‘나 쓰레기 좀 버리고 올게.’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이 나라 3040 애 아빠들의 그 피눈물 나는 일상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고단한 업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도 육아와 가사 일을 도우며 가족을 위해 희생했다.

그리고 모두가 잠든 시간, 홀로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故 신해철 선생의 ‘아버지와 나’를 듣다가 문득, 감정이 복받쳐 올라 입에 머금은 소주를 왈칵 토해내며 울었다. ‘거대한 짐승의 시체처럼 껍데기만 남은 권위’를 말하는 대목에서였다. 이준석 당선인은 이러한 3040의 비애를 아는가.

 

 

 


또한 3040 애 엄마들은 어떠한가. 미완의 정책으로 남은 돌봄교실의 확대,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 기관의 부족은 그녀들이 맞벌이를 포기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외벌이로 얻는 소득은 한계가 있고 지출은 줄어들게 마련이니 경기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미칠뿐더러 집에서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느라 지친 아내들의 스트레스는 남편들의 원활한 휴식 활동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준석 당선인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알고 있는가.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제는 3040의 회초리를 거세게 얻어맞아야 할 시간이다. 이게 두 번째 이유다.

 

 

 


마지막으로 친문에 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정치의 팬덤화 현상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종교적 맹신 상태에 이른 강성 지지층은 정치인의 신념을 무너뜨리고 국민의 권리를 잠식하며 정치의 자발적 정화를 가로막는다.

친문에게 지배당한 저 민주당의 꼬라지를 보라. 중진, 초선할 거 없이 모두 친문의 노리갯감으로 전락했고 174인의 정치 접대부들이 풍기는 퇴폐의 향내에 여의도 근처에만 가도 코가 막힐 지경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노무현 정신을 외치며 수시로 봉하마을에 쳐들어가 마지막 남은 친노 세력까지 포섭하려 애쓴다. 나는 이처럼 국민을 포기하고 팬덤에 흡착해 연명정치나 일삼는 추악한 꼴은 민주당을 끝으로 더 이상 볼 생각이 없다.

 

 

 

우리가 만일 노무현 대통령의 업적을 논한다면, 그것은 정작 그 자신에게서가 아닌, 그에게 감시를 외치며 비판적 지지로 돌아선 올바른 지지자들의 모습에게서 찾아야 할 것이다.

정치인의 타락을 유도하는 건 그의 허영심이라던가 혹은 물욕, 권력욕과 같은 인간 내면적 요인뿐만이 아닌, 이른바 강성 지지층과 같은 외부적 요인 또한 일정 부분 작용한다는 것을 바로 친문을 통해 알게 된 나는 이제 세 번째 이유를 말하고 있다. 우리는 올바른 지지자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내가 이준석의 지지를 철회하는 마지막 이유다.

‘제가 말하는 변화에 대한 이 거친 생각들, 그걸 바라보는 전통적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국민에게 우리의 변화에 대한 도전은 전쟁과도 같은 치열함으로 비칠 것이고, 이 변화를 통해 우리는 바뀌어서 승리할 것입니다.’

임재범 선생의 ‘너를 위해’를 인용하다니. 이건 나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재치 있다. 더욱 미워진다.

그러니 이제 나는 그의 비판적 지지자로 선회한다. 감시 체제를 구축하고 내게 남은 연민을 거둔다. 그의 노래를 빌어 고백하자면, 난 위험하니까 사랑하니까, 그에게서 떠나주는 것뿐이다. 그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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