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조은산, 블로그 글 ‘13평 아파트와 4인 가족’ 발표…문재인 임대주택 발언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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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화 정치

[전문] 조은산, 블로그 글 ‘13평 아파트와 4인 가족’ 발표…문재인 임대주택 발언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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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정책과 관련해 비판적인 논조의 블로그 글로 주목받은 30대 블로거 ‘진인 조은산’이 다시 한번 필력을 뽐냈다.


‘진인 조은산’은 13일 네이버 블로그 ‘진인 조은산의 기록’에 3000자 가까운 장문 ‘13평 아파트와 4인 가족’을 올렸다.


‘13평 임대주택에서 아이 둘을 키워도 되겠다’는 취지로 알려진 문재인 대통령 발언이 언론의 왜곡 보도로 이어졌다는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을 정면 비판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변창흠 국토부 장관 내정자와 함께 임대주택을 방문한 결정과 관련해서도 소신 발언을 이어나갔다.


아래는 ‘13평 아파트와 4인 가족’ 전문.







12월 11일, 문재인 대통령의 임대주택 방문과 관련해,

'13평 아파트에 4인 가족' 발언에 관한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와 유승민 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문제 삼아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반박을 가했다고 한다.


"그들의 마음속은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하다"

며 반론을 펼쳤다고. 그렇다면 내가

강민석 대변인에게 묻고자 한다.


당신들의 머릿속은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가?




먼저 11일, 대통령께서

부동산 대란의 주범과 아직 청문회조차

통과하지 못한 장관 후보자를 대동하고

임대주택단지를 전격 방문하는 것,

이 일정은 대통령 스스로의 결정이었나,

아니면 참모들의 건의에 의한 것이었나?


내가 현 정부의 지지율까지 걱정해 줄 처지는

아니지만 굳이 한 마디 하자면, 단 몇 포인트의

지지율이라도 회복하고 싶다면 차라리

부동산, 집값, 임대주택 등에 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물론, 치솟는 매매가와 전,월세 시세는

이미 국민 모두가 체감하고 있으므로

아무리 듣기 좋은 말을 한다고 해도

국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오히려 역효과만 생길 뿐이라는 조언도 기꺼이 던진다. 




이낙연 당 대표의 호텔 발언, 진선미 의원의 환상 발언,

김현미 장관의 빵 발언 등 나왔다 하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데 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할 재간이 없으면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참모들이 이런 것도 꿰뚫지 못하고 뭐 하는 것인가..)


시장을 왜곡한 그대들이 언론의 왜곡을

지탄하는 것부터 사실 우습기도 하지만

어떻게든 부동산 대란을 수습하고자 하는

모습들이 더욱 우습다. 포기하라.

그 어떠한 행보와 발언을 통해서도

이미 망가진 시장은 되돌리기 힘들다.


이어서 강민석 대변인은 박용진 의원의

'지금 그곳(임대주택)에 사람이 살고 있다.' 라는

발언을 인용해 재차 유승민 의원을 반박했다.


나는 박용진 의원의

'지금 그곳에는 사람이 살고 있다.'라는 말을

현실에 비추어 일부 수정을 가한다.


'지금 그곳에는 사람이 갇혀 있다.' 가 적절하다.




인간의 삶은 변화무쌍하다.

가장의 이직과 퇴직도 있을 것이고

자녀의 진학과 취직도 있을 것이다.

이런 변화에 맞춰 만약 이사를 결심했을 때, 

돌려받은 임대 보증금으로 그들은

도대체 어디를 갈 수 있겠는가. 


'살고 있는 집에서 쫓겨나는 것'도 주거 불안정이지만,

'살고 싶은 곳에 살지 못하는 것'도 주거 불안정이다.


이미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은지 오래이고

전월세 또한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의 국민들을

'임대 주택에 갇혀 있다.' 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 외에

더 적절한 말들이 있겠는가. 물론, 국민들을 임대 주택에

가둔 것은 '사람이 살고 있다.'는 감성적 언사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그대들이 남긴 업적임이 자명하다. 




이제 문제의 본질로 넘어가 '13평 4인 가족'에 대해

언급해 보고자 한다.


물론 가능하다. 13평짜리 임대아파트에

스무 살의 나를 포함한 성인 가족 4명이 살았다.

그 삶의 질이 어땠는지 알고 싶은가?


아주 좋았다. 이사한 첫날,

방바닥이 따뜻하다며 다 큰 성인이었던

나는 깔깔 웃으며 데굴데굴 굴러다녔고,

욕실에서 온수가 나온다며 하루 종일 샤워를

해대다 어머니에게 등짝을 후려 맞았다.


어느 날은 알바를 하러 집을 나서는 내게,

분양동 입주민이 고층에서 물이 든 페트병을 던졌고

며칠 후에는 유리병을 던졌는데, 그런 저런 일들로

생명의 위협을 느낀 것 빼고는 다 좋았다.




이런 과거에 비추어 나는 취약계층의 주거복지 실현에

큰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고장 난 연탄보일러에서

해방된 것은 무엇보다 국가의 복지 혜택 덕분이었으니까.


같은 취지로 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대주택단지 방문'

그 자체에 대해서는 비난하지 않겠다. 사실 '집값'과 분리해서

놓고 본다면 아름다운 모습임에 틀림없다. 감사할 일이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임대주택 '그 이후의 삶' 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욕구가 강물처럼 흐른다.

단순히 난방이 되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나의 욕구를 넘어,

더 넓은 집에서 호화로운 삶을 누리고자 하는 욕구,

바다뷰를 그리는 어느 누군가의 욕구,

호수뷰를 그리는 또 다른 누군가의 욕구,

더 좋은 학군지에서 자녀를 교육시키고자 하는 부모의 욕구,

모든 걸 떠나서 그저 소박하기 짝이 없는 '내 집 마련'의 욕구.




이 모든 욕구들이 차단당한 국가 통제의 시대 앞에

우리는 단순히 난방이 되고 온수가 나와 감격했다는

한 청년의 이야기로 눈물을 짓고 미소를 지어야 하나.

그렇다면 그것은 복지를 말할 순 있어도,

결코 기회와 행복을 말할 수 있는 세상은 아닐 것이다.


박용진 의원의 말 그대로

임대 주택에서 부의 축적을 이룬 서민들이

이러한 욕구를 이루기 위해 나섰을 때,

이 나라가 과연 그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10억이 넘는 집값? 씨가 마른 전세? 덩달아 뛴 월세?

다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임대주택? 


다시 말한다. 임대주택 찬성한다. 그러나

임대주택도 집값 안정이 우선 되어야

그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더욱 놀라운 것은,

언제나 나는 같은 말을 듣고,

언제나 나는 같은 말을 한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글은 결국

여태 내가 주절거린 말들의 버전 2.0에 지나지 않는다.

항상 똑같은 말들로 국민의 속을 뒤집어 놓는 저들의 말처럼.


글을 쓰며 술을 퍼마시고,

그 술을 깨려 커피를 마시고,

그 커피 덕에 속이 거북해 담배를 피우니

결국 상한 것은 몸뚱어리 뿐 남는 게 없다.

나도 결국 이놈에 부동산 정책과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스스로 반성해 본다.


​그리고 누군가도 같이 좀 반성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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