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UFC 234 ‘아데산야 vs 앤더슨 실바’ 감동의 결투… 우리가 종합격투기에 열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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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셜리 칼럼

[동영상] UFC 234 ‘아데산야 vs 앤더슨 실바’ 감동의 결투… 우리가 종합격투기에 열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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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erson Silva(L), Israel Adesanya ⓒUFC official twitter


UFC 234에서 종합격투기 사상 최고의 명장면이 나왔습니다. 이스라엘 아데산야(29·뉴질랜드)와 앤더슨 실바(43·브라질)가 공동 주연으로 합작했습니다. 저는 이 경기를 보고 그만 눈물을 쏟고야 말았습니다. 슬퍼서가 아닌, 감동이 밀려왔기 때문이었죠.




두 선수는 10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UFC 234 메인 이벤트 미들급 경기에 출전해 맞대결했습니다. 경기 전부터 대다수 종합격투기 팬은 “미스 매치”라고 주장했습니다. 상승세 신예와 은퇴를 앞둔 노장 파이터 간 대결이라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누가 봐도 승패가 뻔한 이 경기에 기대를 거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아데산야가 실바를 얼마나 빠른 시간에 KO로 무너뜨릴지만 관심사였죠.





케이지 문이 열리고 닫히는 순간, 예상은 모두 빗나갔습니다. 실바가 베테랑다운 면모를 드러내며 그 어떤 경기보다 진지하게 싸웠습니다. 리듬을 타는 아데산야에 맞서 위기에 빠져도, 거미가 거미줄에 떨어지는 빗방울에 개의치 않고 위로 올라가듯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줬습니다. 심지어 카운터 펀치로 아데산야에게 몇 차례 유효타를 적중하기도 했죠. 




실바의 나이, 올해 만 43세입니다. 한국 나이로 하면 45세죠. 실바는 한국에서도 중년으로 받아들이는 이 나이에 종합격투기 전성기에 접어든, 무려 14살 어린 아데산야와 맞대결을 펼쳤습니다. 이 자체만으로 박수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종합격투기 선수로는 환갑을 훌쩍 지나 칠순을 바라보는 그가 뻔한 패배가 보이는 경기를 수락하고 노장의 투혼을 보여줬기 때문이죠.





경기력 자체도 훌륭했습니다. 실바는 2년간 옥타곤을 떠나 있던 파이터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전성기 시절 못지않은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아데산야의 잽과 훅을 고개 숙여 피하고, 전매특허인 카운터 펀치를 꽂았습니다. 또 가드를 내리고 상대를 도발하며 예전 UFC 미들급을 호령하던 위용 넘치는 챔피언의 향수를 느끼게 해줬습니다.




하이라이트는 경기가 끝나고 난 뒤에 찾아왔습니다. 3라운드 공이 울리자 실바와 아데산야가 서로를 끌어안고 존중심을 표현했습니다. 실바는 아데산야에게 “네가 최고야. 모든 게 감사해”라고 말했습니다. 아데산야는 실바보다 키가 더 컸지만, 마치 아버지의 품에 안긴 아들 같았습니다. 이 장면에서 제 눈시울이 붉어졌고 끝내 방울이 맺혀 떨어졌습니다. 두 사람은 케이지 문이 닫혔을 때 경쟁자였지만, 열렸을 땐 서로를 챙기고 생각하는 애틋한 사이가 돼 있었습니다.





아데산야에게 실바는 우상 그 이상입니다. 그는 실바의 경기를 보고 자랐습니다. 파이팅 스타일이 비슷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런 선망의 대상과 자기가 옥타곤에서 주먹을 맞대는 날을 과연 생각이나 했을까요. 그래서 경기 뒤 감정이 북받친 아데산야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은퇴까지 두 경기를 남겨놓고 모든 걸 다 쏟아부은 실바와 우상을 상대로 자기가 ‘포스트 실바’임을 증명한 아데산야의 맞대결은, 종합격투기 사상 최고의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츠를 보고 눈물·콧물을 쏟았으니, ‘각본 없는 드라마’로 불리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네요. 이 경기는 우리가 왜 종합격투기에 열광하는지를 제대로 알려줬습니다. 




제가 스포츠 기자로 종합격투기를 다루기 시작하고 본 최고의, 아니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될 맞대결로 남을 것이 분명합니다. 멋진 경기 보여준 실바와 아데산야에게 이역만리 한국 땅에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싶네요. 다시 한번 종합격투기를 사랑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실바의 은퇴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아쉽지만, 그의 유산을 아데산야가 잘 이어나가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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