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설거지론 이어 등장한 마통론…뜻 그리고 지지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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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설거지론 이어 등장한 마통론…뜻 그리고 지지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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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론'은 지겹도록 들어 봐서 다들 알 거라고 본다. 2021년 '페페(pepe)'라는 닉네임을 가진 한 누리꾼(혹자는 '페페좌'로 부른다)이 유튜브에 이 이론을 정리한 댓글을 남긴 게 시초다.

남편의 수입과 별개로 사랑 없는 결혼을 택해 가정에 소홀한 아내를 사실상 '고발'하는 내용의 이론이 설거지론이다. 등장 즉시 여러 논쟁을 낳아 여전히 남녀 사이에선 호불호가 갈리는 이론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 여자와 결혼을 꿈꾸던 많은 미혼 남성은 설거지론을 접한 이후로 불신을 품었다.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설거지론은 남녀 사이 본질을 꿰뚫는 의문점을 품게 하며 논쟁적인 이론으로 남았다.

설거지론은 2030 남자 중 모르는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로 우리 사회 깊숙이 퍼졌다. 동의하기 싫은 여자도 있겠지만 그 파급력은 실로 엄청나서 언론과 인터넷 방송인 그리고 유튜버들도 다뤘다.

 

◆ '마통론'의 등장

설거지론 여파가 가시지 않은 2023년 3월 13일 대한민국을 뒤흔들 이론이 다시 한번 등장했다. 그 이름은 '마통론'이다. 언뜻 이 용어를 들으면 뭘 뜻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마통론'의 '마통'은 '마이너스통장'의 줄임말이다. 마이너스통장은 금융 기관이 정한 한도 금액 내에서 일정액을 수시로 빌려 쓸 수 있는 대출 통장을 뜻한다.

가진 돈이 없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마이너스통장을 통해 대출받는다. 젊은 사람들보다는 일부 신용이 불안정한 기성세대 및 사업가들이 만지작거리는 카드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에 마통론이 세상에 등장한 걸까. 그리고 마통론이 의미하는 건 무엇일까.

 


◆ '마통론'에 앞서 '주식 갤러리'를 알아야 한다

마통론은 국내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주식 갤러리, 일명 '주갤'에서 먼저 등장했다. 주갤은 주식 이야기보다 한국 여자의 실체를 까발리는 글만 올라오는 곳으로 인식돼 왔다. 마치 자기들이 아는 게 진리인 냥 떠들어대는 사람만 모인 곳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사실상 커뮤니티에선 비주류로 인식됐다.

주갤은 여전히 설거지론을 찬양하고 최근엔 한국 여자와 결혼할 바엔 아무리 못 해도 베트남 여자와 결혼하는 게 낫다는 '베트남론' 그리고 여기서 파생된 '장모님론' '행보관론'으로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는 곳이다.

 


주갤 이용자인 '주갤러'들은 설거지론을 인정하지 않은 남편들을 '퐁퐁남' '퐁퐁이'로 부르며 그들을 풍자하고 자신들의 이론을 맹신하고 있다.

최근엔 '노처녀'를 '노녀'로 부르고 노산 위험이 큰 30대 여자가 낳은 아이를 '우XX'라고 비꼬는 등(이후 '우XX론'으로 발전했다)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사상으로 주갤을 점령했다. 그들의 사상은 너무 극단적이고 폐쇄적이라 현실을 냉정하게 비판해도 대중성을 갖지 못하는 치명적인 약점을 품고 있다.

◆ '마통론'이란?

마통론은 이런 폐쇄적인 집단에서 흘러나왔다. 처음 어떤 주갤러가 썼는진 모르지만 13일 오전부터(어쩌면 12일부터였을지도) 조금씩 언급되더니 오후에 개념글(추천 수 높은 게시물만 모아놓은 게시판)을 점령했다. 지금도 주갤에선 마통론을 밀고 있으며 더 많은 한국 남자가 하루빨리 진실을 깨닫길 바라고 있다.

2030 젊은 한국 여자가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 그 돈(사실상 빚이다)을 결혼할 때 혼수 비용으로 들고 온 뒤 남편 월급 및 수입으로 자신의 마통 빚을 갚아 나간다는 게 마통론의 핵심이다.

주갤러들에 따르면 마이너스통장 한도가 3000만 원이며 20년째 한국 여자의 혼수 비용이 3천만원에 멈춰 있는 현상이 이에 기인한다. 따라서 젊은 직장인 여자가 최대 한도로 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으로 빌릴 수 있는 돈이 3000만 원이기에, 이 돈을 결혼할 때 본인 재산인 냥 들고 온다는 것이다.

 

처음 이 말을 들으면 얼토당토않는 주장이라고 여길 수 있다. 그런데 물가 상승을 고려해도 20년째 한국 여자가 가져오는 결혼 비용이 마치 '국룰'인냥 3000만 원에 멈춰 있는 상황이 더 얼토당토않게 느껴진다.

주갤러들은 이 점에 주목한다. 물가 상승률을 무시한 채 유독 여자의 결혼 비용이 3000만 원에 머물러 있다는 건 그들이 최대치로 끌어올 수 있는 마이너스통장 빚이 3000만 원이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마통론이 터무니없는 이론이라면 이를 반박하는 글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 확실한 카운터는 등장하지 않고 있다. 여자들이 자신의 계좌를 인증하는 게 가장 빠른 반박이지만 현재로선 전무하다.

 

아울러 블라인드 앱이나 여성시대 같은 여초 카페에서도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 쓰고 있다는 사람들의 글이 여럿 검색되면서 마통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 2030 여성 과소비는 마통 덕?

주갤러들은 나아가 2030 젊은 여성들이 명품 쇼핑, 호캉스, 오마카세, 해외여행(유럽여행 및 일본여행)을 맘껏 즐길 수 있는 이유로도 마통론을 꼽았다. 마이너스통장으로 빚진 돈을 유흥에 쓴다는 것이다.

물론 유흥을 즐기는 젊은 여성이 모두 마이너스통장으로 돈을 끌어다 쓰는 건 아닐 것이다. 자신이 번 돈으로 쓰거나 금수저라서 소비에 제한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라고 하기엔 너무도 많은 젊은 여성이 인스타그램(인스타)에 유흥 흔적들을 남긴다. 대체 그 돈은 어디서 난 것일까. 저렇게 젊은 시절을 소비에만 집중하다가 언제 돈을 모아서 미래를 계획할까. 그렇게 빚진 돈을 대신 갚아줄 멍청한 남자는 없다. 결국 본인이 갚아야 한다.

주갤러들은 마이너스통장의 존재로 여성들의 사치 및 허영심 충족이 가능했다고 믿는다. 굳이 마통이 아니더라도 결혼할 때까지 다 쓰느라 모은 돈이 없으니 급하게 빚져서 돈을 가져온다거나 친정에 손을 벌리는 행태까지 자행한다는 것이다.

◆ 증명할 게 많지만 공감을 사는 '마통론'


아직은 마통론이 시작 단계고 헤쳐 나가야 할 논리가 남아 있다. 그러나 뭔가 퍼즐 맞춰가듯 그간 의문점에 답이 보이면서 조금씩 남성들의 공감을 받고 있다. 디시인사이드를 넘어 블라인드, 루리웹, 에펨코리아(펨코) 등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오늘을 기점으로 마통론이 급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다. 이미 직장인 앱인 블라인드에서도 마통론이 등장했다.

마통론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는다면, 한국 여자의 혼수 3천만원 국룰은 깨질 것이다. 물론 반반 결혼을 하는 커플도 있다는 카운터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사람들은 어차피 마통론과는 관계없으니 조용히 자기 할 거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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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통론이 실질적으로 지적하는 자들은 혼수 비용으로 3000만~5000만 원(최근 마통 한도가 5000만 원으로 올랐다고 한다)을 가져와서 경제권을 넘겨받고는 남편의 수입을 어디에 썼는지 확실히 밝히지 않고 입 다물고 있는 아내들이다.

혹시라도 아내가 수입을 어디에 썼는지 궁금한 남편들은 직접 저축 또는 사용 내역을 확인하길 바란다. 젊어서 소비 습관이 엉망인 사람은 결혼해서도 바뀌지 않는다. 갑자기 돈을 잘 모으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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