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전문] 진인 조은산, 근황 공개 “저를 미친X 취급하더라”… 무슨 일? ‘깜짝’
본문 바로가기

사회 문화 정치

[블로그 전문] 진인 조은산, 근황 공개 “저를 미친X 취급하더라”… 무슨 일? ‘깜짝’

728x90

40대 시사 비평 블로거 ‘진인 조은산’이 오랜만에 근황을 공개했다.

‘진인 조은산’은 27일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 ‘조은산의 기록’에 ‘네 번째 달’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13일 블로그에 올린 ‘이웃님들께’로 수 개월 동안 이어진 침묵을 깨고 돌아온 ‘진인 조은산’은 2주 만에 또 다른 글로 소식을 알렸다.

 

 

 

 

이번 글 ‘네 번째 달’에 따르면 ‘진인 조은산’은 최근 온 가족이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 생활을 해야 했다.

아울러 ‘진인 조은산’은 언론사 ‘월간조선’으로부터 일회성 투고 제안을 받았고 앞으로 정치 글을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 때문에 그가 ‘월간조선’에 투고할 글은 정치가 아닌 생활 밀착형 이야기다.

아래는 ‘네 번째 달’ 전문.


제 이름은 조소현이에요. 올해 4살 된 여자아이고요, 사랑하는 엄마랑 아빠 그리고 제가 닮을 뻔한, 그러나 닮지 않아서 정말로 다행인, 원숭이처럼 큰 귀를 가진 개구쟁이 오빠와 함께 살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우리 집에서 제일 이쁨 받는 존재이기도 하답니다. 물론 엄마는 제가 잠들었을 때가 가장 이쁘다고 하겠지만요.

이런 제가 너무 어려서, 혹은 많이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저 온종일 웃고만 있는 건 아니에요. 아직 어리지만, 저는 있는 힘껏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요. 그래서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 제 말과 몸짓이 답답해 괜히 떼를 쓰며 엉엉 울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저는 온 마음으로 느낄 수 있어요. 제 기저귀를 갈아주는 엄마의 손길에서 엄마의 기분을 느낄 수 있고요,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아빠의 목소리에서 아빠가 보낸 하루를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어떤 날에는, 엄마랑 아빠랑 토닥토닥 싸울지 말지를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기도 한답니다. 물론 엄마, 아빠는 언제나 저를 보며 환히 웃어주긴 하지만요.

 

 

 

 

그런데 요즘 말이에요, 아빠가 많이 힘든가 봐요. 아빠는 가끔 숨을 쉬는 게 답답한지 길게 한숨을 내쉴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냉장고에서 두꺼비 주스를 꺼내 홀짝홀짝 마시곤 했거든요. 하지만 그저께도, 어저께도, 아빠는 매일 밤 혼자 두꺼비 주스를 마셨어요. 그리고 몰래 방문을 열고 내다보면 아빠는 늙은 염소처럼 웅크리고 있다가도 슬픈 늑대처럼 우우 울기도 했어요. 그러고 보니 아빠의 웃는 얼굴이 이제 잘 기억나지 않아요. 우리 아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아빠를 웃게 해주려고요. 아빠는 오늘도 늦을 거라고 엄마가 말해주었지만, 나는 괜찮아요. 코오 자는 척하며 아빠를 기다리면 될 일이니까요. 까만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아빠랑 놀아줄 생각에 빠진 저는 지금 무척 신이 나지요. 왠지 아빠는 동물 카드놀이를 좋아할 것 같아요. 품 안에 카드 뭉치를 꼭 끌어안고 아빠를 기다려요. 아, 곧 아빠가 올 시간이에요. 쉿, 이제 모두 안녕.

/

 

 

 

 

늦은 밤 집에 돌아와 닫혀 있는 방문을 열면 정확히 세 개의 달이 떠 있다. 지쳐 잠든 아내의 둥근 얼굴이 떠 있고, 모로 누워 침을 흘려대는 아들의 둥근 귀가, 그리고 윗옷을 까뒤집고 잠든 딸의 둥근 배가 떠 있다. 달덩어리들이 내뿜는 숨 내음이 방문 사이로 흘러나온다. 그제야 늦은 귀가를 실감한 나는 다시 조심스레 방문을 닫는다.

식탁에 홀로 앉아 잠시 생각하다 결국 라면을 하나 꺼내 불에 올리고 술잔을 가득 채운다. 꽉 막힌 속에 면발이 들어가니 살 것 같기도 하고 죽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 꾸역꾸역 살다 보면 가끔 체할 때도 있는 거겠지. 술잔을 들어 한 입에 털어 넣는다. 그렇겠지, 데굴데굴 굴러가며 살다 보면 언젠가 데면데면해지는 날도 오겠지. 그러나 인사 고과를 빌미로 사적인 지시를 일삼는 상관이, 초고속 승진으로 어느샌가 같은 직급에 서게 된 새까만 후배들이, 아직도 내 이름을 불러대는 것 같아 나는 눈을 질끈 감는다. 이제 더는 직장을 다니지 못할 것만 같다.

728x90

방문이 스르르 열린 건 그때쯤이었다. 문밖에 선 딸아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도톰한 두 발을 딛고 서서, 뭉툭한 손가락을 꼬물대며 딸아이는 내게 들고 있던 동물 카드를 내밀었다. 나는 물었다. 여태 안 자고 뭐 했어? (코오 잤어. 근데 아빠가 보고 싶었어) 그랬구나. 아빠 기다렸구나. 나는 마지못해 동물 카드를 받아 들었다.

내가 내민 카드에는 코알라가 그려져 있었다. 이건 뭐지? 그러자 딸아이는 입 안 가득 달큼한 침을 머금고 오물오물 답했다. (콜랄라)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다시 꺼내든 카드에는 고릴라가 그려져 있었다. 이건 뭐지? 딸아이는 볼록 튀어나온 배를 긁으며 답했다. (골롤라) 이제 웃음이 새어 나오기 시작한다. 다음 카드는 거북이었다. 이건 뭐지? 딸아이는 확신에 찬 듯 외쳤다. (거구비!)

 

 

 

 

와락 하고 웃음이 쏟아지는데 어쩔 줄 모르겠어서 와락 하고 딸을 끌어안았다. 볼과 귀를 부비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나는 살고 싶다고 몸부림쳤다. 그토록 나를 살게 해줘서 그게 너무 고맙다고 딸아이는 토닥토닥 내 등을 두들겨 주었다. 모두가 숨죽인 이 밤에, 살아 숨 쉬는 건 나 하나뿐인 것 같았다. 모두가 열 번 웃는 세상에서, 나 혼자 열 한 번 웃은 것 같았다. 그 한 번만으로도 살아갈 이유가 될 것이다.

그날 밤, 딸아이는 내가 재웠다. 녀석은 모종의 임무를 완수했다는 듯 급히 곯아떨어지더니 대차게 코를 골기 시작했다. 내가 놀아준 건지, 딸아이가 놀아준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웃을 수 있었다.

딸아이의 배도 환하게 웃고 있다. 이불을 끌어다 덮어주었다. 감기 골롤라. 그렇게 나는 네 번째 달이 되었다.

- 조은산 -

 

 

 

 

 

 

PS. 월간 조선으로부터 일회성 원고를 청탁받았습니다. 정치 글은 더 이상 쓰지 않는다고 답했더니 그저 웃음에 관해 담백하게 써주면 된다는 말에 노트북을 열고 다시 타자에 임하였습니다. 중간 정도 쓰다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아 퇴고 과정이 엉망입니다. 그래서 시일이 며칠 지난 지금 겨우 다듬어 올립니다.

PS 2. 결국 온 가족이 코로나에 걸렸습니다. 아내와 함께 선별진료소에 가 딸아이를 안고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접수처 직원들이 배를 잡고 웃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리고 제 아내에게 이렇게 묻더군요. 아이 이름이 정말 이게 맞느냐고요.

알고 보니 울고 난리치는 딸아이를 안고 있던 제가 검사신청서의 딸아이 이름을 오기한 게 이유였습니다.

'ㅅ'을 두 번 찍었더군요. 그래서 딸아이 이름은 한때 '좃소현'이 되어 있었습니다. 울부짖던 좃소현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하루 종일 검수자들을 상대하느라 지친 진료소 관계자 여러분이 잠시나마 웃을 수 있다면, 조 씨가 좃 씨가 돼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입니다. 이제 음성이냐 양성이냐가 아닌, 직면한 삶을 대하는 근성만이 남은 시기입니다. 그러므로 웃읍시다.

PS 3. 비교적 무증상에 가깝게 코로나를 이겨낸 저를 보곤 아내가 의아해 하더군요. 그래서 답해줬습니다. 이 모든 게 술 때문이라고. 내 피에 항시 흐르는 고농도의 알코올이 외부에서 침입한 각종 바이러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마침내 나는 궁극의 음주 면역 체계에 도달한 것이라고. 아내가 저를 미친놈 취급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한때 좃은산이 되었습니다.

728x90